티스토리의 미래가 불안할 거 같다는 여론이 돌고 있을 때 그래도 포스팅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뭐라도 써야지 하는 생각에 쓰는 게 결국 차 이야기라니 재밌죠? 제로 탄산음료를 줄줄 마시는 습관으로 건강에 경종을 느끼던 중, 10월에 차 행사가 있었는지 sns에서는 차 이야기가 떠들썩했었네요.
방문객 "이 차는 몇 도에 우려야 맛있나요?"
중국 찻집 사장 "명차는 온도를 가리지 않는다네."
오타쿠의 감성을 울리는 대화 인용문이었습니다. 드물게 홍차, 녹차를 마시긴 해도 다구 쓰기 귀찮아서 대충 지내던 와중에 까다롭지 않게 느껴지는 중국차와 그 기개에 반했습니다. 물론 조건을 따지려면 전문적이고 까다롭게 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차를 즐기는 건 어렵게 할 필요 없다는 마음이 중요하단 뜻이겠죠.
어쨌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. 마침 선물 받은 오설록 티백 중에 밀키우롱이 괜찮았어요. 사실은 오설록 차는 대부분 별로인데다 가향 밀키 우롱이었다는 걸 감안하면, 진짜 밀키 우롱(금훤 우롱)은 어떨지 기대되는 거 있죠?

몇 주간 자료수집하며 개완으로 입문 시도해 보고 괜찮은 차 구입 루트도 알아보며…….
수입은 아리산 금훤우롱, 삼림계 고산우롱(청향), 안계철관음을, 검색에서 소문으로 접한 국산 쑥차와 유자차도 샀다네요. 그리고 어릴 적 홍차에 대한 동경으로 마구잡이로 샀던 루피시아 브랜드 차 중에 기문 특급 홍차가 단감과 먹었을 때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. 구태여 감을 먹진 않는 편인데도 조합이 조화로웠어요. 그 좋은 추억으로 마침 소문의 천지홍 기문도 추가로 샀습니다.


꽤 오래전 가물가물한 기억의 루피시아 기문과는 꽤 달랐던 것 같지만, 천지홍 금색 라벨(좌측 향라)이 마음에 들었습니다. 검정(고화배농)과 흰색(정종우전)도 궁금했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세트로 사질 않은 게 후회되네요. 이게 1급이라니 다 마셔가면 다음엔 우측 금색 캔 특급을 살까 합니다.

그 와중에 지인께 여러 차를 받았네요. 이름만 들어본 봉황단총과 계화우롱을 접하고 또 눈이 뒤집어져서 내년 초에 사려고 벼르고 있습니다…….
결과적으론 초기의 목적인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는 건 성공했네요. 이제 콜라가 어울리는 음식을 먹을 때 말고는 뜨거운 차를 홀짝이고 있습니다. 우스갯소리로 제 취향을 담아 차는 중화사상에 젖어도 될 거 같아요. 어지간한 서양차보다도 훨씬 좋네요. 제 입맛이 섬세하진 않아서 차마다 어떻게 느껴지는지 설명은 어렵긴 합니다. 그렇지만 나중을 위해 메모할 필요가 있다면 써보려 합니다.